2010. 4. 29. 11:06

다시 찾은 안흥항(신진도)


얼마 전에 2008년 9월 이후 안흥에 다시 찾아갔습니다.(2008/09/18 - 태안반도의 키워드 ≠ '기름 유출')
그 때는 시작을 알리러 갔었지만, 이번 방문은 종료를 알리러 갔었습니다.
약 2년간 고민하게 만들었고, 생각하게 만들었던 녀석을 놓으려니 홀가분하면서도 뭔가 좀 아쉬........웠으면 했는데 전혀 그런 마음은 들지 않네요.ㅋㅋㅋ무조건 홀가분합니다.ㅋㅋㅋㅋ

평소 여행이나 타지로 나갈 일이 거의 없기에 여행 카테고리에 발행(티스토리)을 하고, 블로그 상에서도 정말 간만에 One day 카테고리에 포스팅해봅니다.


제법 완연한 봄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날입니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 받는 따사로운 햇살은 운전자를 졸게 만들고, 나머지 일행은 그에 별 거부감없이 순응합니다.
잠을 깨기 위해 창문을 열어 보지만 바람은 찬기운을 머금고 덤벼들기에 이내 창문 올림 버튼을 당기게 합니다.

그렇게 고욕스러운 시간(운전자에게만??)을 보내고 도착한 곳에서 형식적인 인사를 하고서는 별 특이 행동 없이
고리타분하고 따분한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이럴 때 중략이란 표현이 가장 어울리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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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가 끝난 뒤, 주린 배를 움켜잡고 그간 고생에 대한 댓가를 체감적으로 느끼기 위해 주변 횟집으로 이동합니다.
갈매기들은 여전히 부르주아 입맛으로 우리가 주는 새우깡따위는 사람 입속에서만 녹아듭니다.
배는 모두 정박해있고, 살랑거리는 바람과 함께 파도는 내 마음더러 잔잔하라 말하는 것 같습니다.

평일에 찾은 안흥항의 어느 한 횟집.
센스있는 주인 아주머니는 내 입에 오지도 못할 핸드메이드 인삼주 한병을 꺼내 흔쾌히 하사(?)하십니다.
역시나 내 입에 오지 않는 인삼주에게 눈길을 주지 않습니다.
간만에 먹는 회에 집중포화를 가하기 위해 손가락 근육을 관장하는 사격 통제 프로그램에 과부하를 겁니다.

초토화된 그릇을 보고는 억지로라도 포만감을 느끼리라 만족스런 표정을 짓습니다.

연신 생존 욕구에 충실하기만 했기에 주변 분위기 신경쓸 틈은 없었습니다.
평소 다른 회식자리와 어색한 분위기에 회식은 그렇게 간단히(?) 끝내고 서로간에 형식적인 인사로 마무리를 하게 됩니다.

오후 7시.
회식을 생각보다 일찍 시작했고, 멜랑꼴리한 분위기의 회식으로 해가 떨어지지 않은 시간.
약간은 허탈한 마음에 근처 신진도의 어시장으로 이동합니다.

어시장에 도착하기 전, 숨바꼭질을 하는 듯한 해를 잡기 위해 차를 멈춥니다.

햇님이 그렇게 빠른지 몰랐습니다.
그나마 중천이라 생각했던 해는 다른 곳을 비추러 쫓기듯 도망갑니다.


간만에 보는 자연 환경에 난리 부르스를 추며 연신 사진을 찍어 댑니다.
컴팩트 카메라가 간만에 일거리가 생겼네요.

뜨거운 불공이 바다 속으로 녹아 들기 전, 뷰 파인더에 포착, 전기적 신호로나마 포획됩니다.
장관을 담았다는 뿌듯함에 미개한 도시인들은 만족스런 표정을 짓습니다.



5분이 채 지나지 않았을까.
도시인들의 기준에 상황은 종료됩니다.

외로운 배 한척만이 어둠을 맞이합니다.




멀리 보이는 방파제가 인류 환경과 자연의 경계를 나누는 듯 합니다.




어둠이 몰려오는 어시장의 사람들은 막바지 장사를 위해 호객 행위가 치열해집니다.
아무리 호객행위를 해봐야 담합으로 대동단결한 사람들이기에 크게 솔깃하지는 않습니다.

나름 본인에게 소유권이 있다는 듯 장난스래 초상권을 주장하는 이도 있습니다.



가오리? 우럭? 명태?.....무언지는 확실히 모르지만 한번 더 카메라에 담습니다.

돌아가는 발길이 가볍긴 하지만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왠지 먹먹하기만합니다.
하지만 평범한 일반인들의 삶이 그렇다는 듯 자위하며 발길을 진득히 옮깁니다.

그렇게 다시 회색의 건물을 향하여 다람쥐 챗바퀴 속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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